the idea/수학수업

나는 이땅에서 수학교사하는 게 괴롭다..

krumm 2014. 5. 6. 18:26

1. 수업


 지인들에게 종종 농담조의 진담을 던진다.

 선행학습의 제일 큰 피해자는 수학교사다.라고.


이땅에서, 대부분의 일반적인 학교에서의 일반적인 수학수업은 괴롭다.

 학생들에게 괴롭다는 말이 아니다. 교사에게도 괴롭다.

 

수학은 선행학습, 높은 사교육비 조장의 주원인으로 지목받는다.

 분명 어느정도 사실이기도 하고.

 그런데 내가 제기하고 싶은 문제는 이거다,

 학교 수학 수업 문제 -> 사교육 조장. 이라는 공식은 앞뒤가 바뀌어있다.

 즉, 현시점에서의 문제는 오히려 '지나친 사교육 -> 학교수학수업의 붕괴.'에 있다.

 

 이미 최소 한학기에서 일년 전에 내가 학교에서 수업을 하는 내용을 배우고 온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정말로 괴롭다.

 그렇게 선행을 하고 온 학생들은 대체로 성적도 좋은 학생들이며,

 학교 현장에서 목소리나 영향력도 큰 학생들이다. 

 (달리 말해, 그 학생의 학부모가  관심이 많고 학생에게 충분히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할 여유가 되고

 때문에 그만큼 학부모회 등에서 영향력이 큰 경우가 많다)

  정말로 자존심 상하고 슬픈 얘기인데, 그 학생들을 고려하지 않고 수업을 짤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는 이미 배웠다고 가정하고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과는 별개의 이야기다.)

 이미 배우고 온 학생들과 안 배우고 온 학생들이 뒤섞여 있는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수업은

  그 구성에서부터 정상적인 수업이 진행될 수 없는 상태이다.


다시 말해, 교사가 수업에 들어가기 전부터 수업을 들을 학생들의 구성자체가 뒤죽박죽이다.

교사가 어떠한 행위를 하기 전에, 어떻게 손을 쓰기도 전부터  파행적인 구성으로 시작한다.

 이미 그렇게 되어 있는 것을 물리적인 시간관계를 뒤집어서 수학수업의 탓을 하면 그저 교사의 속이 썩어 들어갈 뿐이다.


 이미 교실에 들어오기 전부터 만들어진 파행적인 상황에서

 교사에게 '정상'적인 수업을 요구를 하면, 교사는 어떻게 그 상황에 대처해야할까.

 물론, 우리 대부분의 수학교사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어떻게든 대처하고 있다.



   공교육에서 수업을 담당하는 수학교사는, 사교육을 시키는 주체가 아니다.

 사교육을 시키는 주체는,  '뒤쳐짐에 대한 불안'을 가지고 있는 모두와 그 불안감을 조장하고 증폭시키는 사교육시장이다. 그 불안감 뒤에서 '학교수업이 엉망이니까'란 핑계 뒤로 숨는 그들이고.


 그 상황에서 교사의 선택지에는, 스스로의 신념과는 별개로 내 담당학생이 다른 학생들에게 뒤쳐질까봐

 사교육을 적극적으로 막지 못하고 매일매일 현실과 타협하는 매일 씁쓸하고 상처받는 답안 하나가 반드시 들어 있다.

 

 훌륭한 수학자를 많이 키운 수학교육학자는, 자신의 수업을 구성할 때 테스트를 거쳐 자신이 가르칠 내용을 이미 알고 있는 학생은 아예 수업에 받지를 않았다.

 서로 동등하게 모르고 있는 학생들로만 수업을 구성해서 서로 탐구하고 고민할 기회를 주었다.

 또한, 그런 수업의 경우 수업의 구성원을 보통 10명 내외, 아무리 많이 해도 20명을 넘지 않게 구성한다.


  수학은 그냥 듣고 기억하고 끝내는 과목이 아니다.

 규칙을 외웠으면 그 규칙대로 생각하고 적용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때문에 도제식 수업처럼 학생 스스로가 써보고 표현하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주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기에 수학은 인터넷 강의보다는 직강이 더 좋은 과목이며 분명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강인 학교 수업은 종종 인터넷 강의보다도 경쟁력이 떨어져보인다.

 

  일반적인 학교 현장에서 30~40명으로 구성된 50분 수업에서 그런 피드백을 항상 주고 받는 것은  정말 웬만큼 뛰어난 교사가 아니면 힘들다. 많은 보습학원들이 10명이하의 소수정예를 표방하거나, 대형강의의 경우 피드백을 주기 위한 보조교사를 쓰는 경우를 생각하면 학교수업이 얼마나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지 자명하다.


 거기에 앞서 말한, 선행을 하며 학생들에게 그 내용을 처음 가르치는 학원 장면과 그 구성원의 지식 수준이 뒤죽박죽인 학교장면을 생각하면 이미 그 구성상태만으로 학교 수업의 경쟁력은 확 떨어진다.


 그러므로, 공교육장면에서 수학교사가 어느 수준 이상의 수업을 유지하는 것은 분명 훨씬 더 많은 고민과 시도의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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