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대학생이 1만3000명을 넘어섰다.

대학 등록금을 벌려고 온갖 아르바이트에 나서는 대학생과 학부모가 급증하고 있다. 편의점, 과외, 막노동 등을 해도 치솟는 등록금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등록금을 내려고 사채에 손을 대는가 하면 높은 고액벌이가 가능한 ‘키스방’에 여대생들이 몰리고 있다.
KBS <추적60분>이 고발한 대학 등록금 실태에 관한 리포트 내용들이다. 2011년 방송이 아니다. 2009년 방송분이다. 이미 2년이나 지난 방송이지만, 놀랍게도 2011년 봄 대학가의 현실은 그때에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했다.

   
KBS 추적60분

아니, 오히려 더 뒷걸음쳤다. 정부는 ‘반값 등록금’ 공약을 내걸었지만 어느새 꼬리를 감췄다. 정부는 당시 말한 ‘반값 등록금’이 액수의 반이 아니라 심리적인 부담감을 반으로 줄여주겠다는 뜻이었다는 말도 안 되는 해명을 했다. 그 사이 등록금은 1000만원 시대에 진입했고 여전히 학생들은 쌓여가는 빚에 신음하고 있다.
학자금 대출을 못 갚아 신용불량자가 된 학생은 2만5000명으로 3년 전보다 6.7배가 늘었다.

이들이 걱정해야 하는 건 등록금만이 아니다. 물가불안에 전세대란까지 겹치면서 대학생들의 삶은 더 팍팍해졌다.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학생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2011년 5월 다시 등록금 문제에 눈을 돌린 <뉴스추적>이 전한 지금 이 시각 대학가의 암울한 풍경이다.

지난 11일 ‘등록금 투쟁 5개월-청춘이 아프다’ 편을 방송한 정현덕 PD는 취재 후 소감을 묻자 “인터뷰 도중 눈물이 날 정도로 대학생들이 처한 현실이 공감이 됐다”고 말했다.

“뭔가 배우려고 한 게, 꿈을 가진 게 잘못이냐는 한 신용불량자 여학생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최소한 출발선상에서는 모두가 공평해야 한다. 부모가 경제적으로 엄청난 부자여야 대학가고, 가난하면 대학에 못가는 건 말이 안 되는 거다. 우리사회는 기회의 균등을 얘기한다. 하지만 백그라운드가 없으면 제대로 교육을 받을 수 없고, 교육을 통한 부의 대물림이 공고화되는 게 현실이다. 한국사회에서는 없는 사람이 뭔가를 하려면 고통을 겪어야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헌법에서는 기회의 균등을 얘기하면서 교육을 받으려고 하면 네가 돈 벌어 알아서 하라고 한다. 비정상적인 사회인 거다.”

등록금을 학생과 부모가 감당하는 사회가 왜 비정상적이라는 것일까. 언뜻 이해가 되지 않지만 정 PD의 설명을 듣고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교육제도라는 것은 국가가 필요에 의해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대학에서 키워진 인재들이 사회에 나와 국가의 발전에 기여하게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유서 깊은 유럽 대학들의 역사를 살펴보면 교회와 왕실, 정부에서 대학을 세우고 교육비용을 지원했다. 교회가 원하고, 왕실이 원하는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니 ‘수익자 원칙’에 따라 교육비를 부담하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한국도 제헌헌법 때부터 교육의 기회보장을 언급했다. 헌법 제1조에 말하는 민주공화국을 세우는데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기 위함이었다. 교육은 국가를 위한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국가가 교육비용을 부담하는 건 당연하다. 개인이 부담하더라도 일부여야 한다. 결론적으로 등록금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전적으로 사회의 문제다.”

취재 결과 학생들은 등록금뿐만 아니라 주거를 비롯한 주변 환경까지 심각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비에다 먹고 자는 기본적인 삶의 권리까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하숙집을 구하려고 하면 월세가 50만원 안팎이다. 그나마 별도로 학기당 500만원보증금을 요구하거나 학기 전체의 월세를 한꺼번에 낼 것을 요구하는 곳도 생겼다. 전세로 가려고 하면 원룸이 5000~7000만원에 이르는 목돈이 필요한데, 사회초년생도 마련하기 버거운 금액이다. 기숙사는 대학들이 다들 민간자본을 유치해 신규 수익사업으로 돌리다보니 웬만한 곳보다 비싼 곳도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방송에는 나가지 않았지만 치안은 생각할 수도 없는 거의 폐가 수준의 집으로 밀려난 학생들도 있더라. 우리 사회가 등록금 정책 논의에만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다. 학업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돼야 한다. 하지만 취재 하면서 느낀 건 우리 사회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이었다.”

   
KBS‘추적60분’등록금편 정현덕 PD

그렇다면 등록금 문제를 풀기위한 해법은 무엇일까.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고 답이 곧 돌아왔다.

“반값 등록금 실현이 가능하다, 불가능하다를 말하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 곳에 해법도 반드시 있다고 믿는다. 결국 정책결정자의 선택과 철학의 문제라는 말이다. 정책 입안자들이 자기가 공부하는 거니까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답이 없는 거 아니냐. 이제 국민 누구나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정책을 펼 것인지, 일부 특정 집단에게만 돌아가는 정책을 펼 것인지 고민할 때가 됐다. 우리 사회가 미래지향적으로 나가야 한다면 어떤 길이 옳은지는 너무나 분명하다.”